천천히 커피 한잔을 마시는 사람이 유리창 너머로 보인다. 그 너머엔 지상의 가장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이 담긴 그림이 걸려있다. 카페같은 그 공간은 ‘나인 갤러리’고 쓸쓸한 풍경의 그림은 한희원씨의 그림이다.

나인갤러리(관장 양승찬)가 구 무등예술관 자리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나인갤러리 이전 개관 기념전으로 한희원전을 열고 있다. 내달 4일까지.

1994년 궁동골목에서 개관한 나인갤러리는 그 간 예술의 거리 초입 지하에 자리를 잡았다가 현재 나인갤러리에 이르게 됐다. 나인갤러리의 세월 만큼 새로 이전한 장소도 변화를 겪었다. 동사무소였던 공간은 무등예술관이 되었다가 다시 나인갤러리로 태어났다.

1층은 카페로 꾸며졌다. 예술가들이 혹은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차 한잔 마시면서 그림을 보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전시공간이다. 3층은 사무실로 쓰여진다.

개관전은 그 간 나인갤러리 초기부터 쭉 함께 했던 한희원씨의 그림으로 꾸며졌다. 나인갤러리 양승찬 관장은 초대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그의 그림에 대해 말한다.

“저희 집 거실에는 한희원 작가의 화이트와 갈색톤이 어우러진 눈 내리는 ‘양림교회’ 그림이 13년째 걸려있습니다. 두 딸아이가 그 그림을 보고 착하게 자라왔습니다. 거센 눈보라 속에서 코트를 둘러 쓴 남자가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양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양림교회 앞을 거니는 그림인데 …교회 유리에는 따뜻한 온기가 나며 곧 풍금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행복할 때도 그 그림을 보아왔고, 힘이 들고 어려울 때도 그 그림은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양관장의 표현처럼 그의 그림은 차갑게 쓸쓸하면서도 위안을 주는 그림들이다. 작가는 지난해 인도 북부 희말라야를 걸었던가 보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높은 5328m 타그랑 고갯길을 넘어 다다른 라다크. 그곳의 이름이 작품 속에 더러 등장한다. 작가가 잊지 못했던 미루나무 사이를 흐르던 별들의 무리, 여행의 길에서 만난 산, 강, 초목, 언덕, 길…. 한씨의 그림 속에서 짐작해볼 따름이다.

한희원씨는 그 동안 ‘여수로 가는 막차’ ‘별이 내리는 밤’ ‘찔레꽃’ ‘양림교회’ 등의 시리즈 작업을 해왔다.

문의 062-232-2328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