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르는 한국의 미술시장

 

양승찬 /나인갤러리 대표

 

한국미술시장은 오랜 침체기를 지나 이제 서서히 활기를 띄기 시작하고 있다. 1970년대 아파트건설 붐과 더불어 1980년대 후반에 잠깐 호황기를 맞았던 미술시장은 88올림픽의 열기가 식어감에 따라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1997년 IMF와 함께 된서리를 맞아 장기간 회생의 기회를 보이지 못하고 침체의 긴 터널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서 많은 미술인들은 미술계를 떠났거나 상당수의 작가 역기 어려운 생활을 해오고 있다.

2000년 중반 들어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과 맞물려 서서히 불기 시작한 미술품 투자 바람은 옥션과 아트페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몇몇 옥션에서 블루칩 작가로 부상한 작고 작가및 원로급 작가 몇몇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작품가가 치솟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동반 상승효과

 

2000년 들어 중국의 문화혁명 후 개방정치와 경제적 변화의 흐름에 맞춰 중국미술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서구의 현대미술과는 다른 동양적 이미지가 담긴 중국 현대 미술이 아시아 미술시장을 주도하면서 한국미술도 동반 상승효과를 보았다. 세계 미술시장은 지형이 바뀌고 있는 듯 파리에서 뉴욕에 이어 중국, 한국, 인도 등으로 아시아 미술이 신흥시장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미술계의 한류는 해외 경매시장에서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며 이런 추세는 계속 되리라 예상한다.

2007 뉴욕아트페어.JPG  2009퀼른아트페어21.JPG

 

 

 

 

미술시장은 옥션과 아트페어가 끌어가는 형국

 

하루가 다르게 기록을 갱신하는 옥션 판매와 속출하는 미술 투자펀드, 급속도로 생겨나는 해외 아트페어시장, 또 외국화랑은 국내로 오고 국내화랑은 해외로 가는 급속히 팽창된 시장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투자자들은 연일 치솟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으로 많은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다. 몇몇 옥션이 작고작가나 원로급 작가의 가격상승에 기여했다면, 아트페어는 무명의 신진작가를 일약 스타덤으로 끌어올려 많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내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데 공헌하고 있다.

그 동안 미술관의 기획전이나 비엔날레 급 전시에서 스타작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신진작가 발굴에도 기여하지 못해 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 졌고 있는 즈음에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비상업적인 대안공간에서의 개성 있는 젊은 작가 띄우기와 상업적인 아트페어라고 할수 있다.

우선 아트페어 성격상 실험성과 완성도를 완벽하게 갖춘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됨으로써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고루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해하기 짝이 없고 실험으로만 지쳐버린 기타 전시들에서 식상함과 함께 매력을 느끼지 못하여 미술에서 멀어져간 가는 대중들의 관심을 아트페어에서 끌어들이고 있다.

사람들은 매력있는곳에 돈을 쓰게 마련이다. 그 동안 부동산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대중들의 관심이 모처럼 미술계에 쏠리는 이때에 미술계는 보다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가발굴에 힘을 기울여 좋은 전시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미술시장은 옥션과 아트페어가 끌어가는 형국이라 할수있다.

2009화랑미술제.JPG

 

미술품 기증, 개인 소득세 100% 공제등 다양한 혜택

 

문화정책면에서도 정부의 지원은 살아나는 미술시장에 동력을 얻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술문화 발전과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 모색을 위하여 정부에서 추진한 미술은행을 들수 있다. 많은 작가에게 도움을 주는것은 아니지만 추천과 공모제 현장 구입제를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도 작품구입의 문호를 개방한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또한 KIAF행사와 화랑미술제 기간에 아트뱅크의 활용은 화랑은 물론 미술시장과 KIAF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문광부에서 화랑협회에 지원한 국제미술전 참가가지원 사업 지원금도 탄역을 받아 중, 소 화랑들이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국제 감각을 익이는데 계기가 됐으며 작가 역시 해외시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광부도 미술시장 열기를 확인한듯 KIAF에 3억원 지원금과 아르코 아트페어에서의 한국 주빈국 미술행사 전시에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 또한 괄목할 만 하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시킨 박물관법 및 미술관 진흥법도 미술시장 열기에 도움이 됐다. 미술품을 기증알 경우 개인은 소득세에서 기부액100%를, 법인은 법인세에서 50%의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떠도는 막대한 시중 자금, 그림시장으로 유입

 

낮은 예금금리와 부동산 규제로 시중의 자금이 미술 쪽으로 흘러들어왔다.

문화의 힘이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시기에 한국 미술의 국제호 열기와 국내 미술 시장의 활기에 맞춰 갈 곳을 못 찾던 시중 자금이 미술시장을 달궈 놓은 것이다.

미술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누구의 그림이 얼마가 올랐더라.

미술시장이 투기장처럼 되어버려 상업성만 넘친다고 하지만, 미술시장의 최근 잠재적인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수 있다. 최근의 현상은 거품에 대한 우려가있다고 하지만 대개의 시각은 2년에서 3년간은 미술 활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한국 경제가 이 정도는 감당하리라 생각된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경기가 바닥이라 하는데도 미술시장은 활기를 보였고 , 2007년 들어 경기가 회복 되리라 믿는데다 최근 주식 활황세에 힘입어 그림값이 널뛰듯 뛰자 개미 컬렉터도 생겨 났다.

새롭게 형성된 신생 갤러리들과 젊은 감각을 가진 화랑2세들의 영향으로 최근 젊은 작가의 작품 판매가도 높게 형성되어 가고 있다. 작품만 좋으면 상업 화랑에서 경제적으로 소소작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우려된다. 메이저급 화랑 주가 옥션까지 운영하다 보니 소속작가의 작품가 올리기에 유리하고 대부분작가들은 그곳에 줄을 서려고 할 것이다. 화랑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우려가 되고 중, 소 갤러리는 많은 고객들을 옥션시장에 빼앗기며 오히려 옥션에다 그림은 팔고 또는 사야할 것이다. 사고파는 중간시장 질서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고 중, 소화랑에서의 젊은 작가 지원전시도 많이 줄어 들 것으로 점쳐진다. 작가 또한 작품제작에 있어 예술성 보다는 차별성에 탐닉하게 되고 좀 더 쇼킹한 것을 찾게 되거나 오로지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작품이 나올 우려도 있다.

작가가 오랜 수련을 거쳐 유명작가가 되어 지는 것이 아니라 빠른시일에 만들어지는 경향이 두렵기도 하다. 예술가들의 사고도 예술을 위한 인생이 아닌 인생을 위한 예술이 주도할 것이다. 소장가 역시 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려면 작가의 이전 작품세계에서 현재까지의 과정을 알고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야하는데, 작가의 성장 과정보다는 단지 인기가 있고, 가격이 오르고, 남들의 견해에 좇아 무정견하게 작품을 소장하는 경향이 심하다.

화랑에서도 메이져급 화랑들만이 모든 걸 독점하려 하지 말고 큰 화랑과 중, 소 화랑의 질서를 찾고 역할을 도와주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힘을 합해야 할것이다.

미술시장이 큰 화랑과 중소화랑과의 관계가 튼튼해지면 현재의 미술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시장이 더욱 커져도 거품논쟁은 사그라질 것이다.

 

양승찬 Yang Seung Chan

1958년 출생

현재 나인갤러리 대표

1994 궁동 예술의 거리에 ‘나인갤러리’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