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안관옥 기자
» 조각가 고근호(43)


















광주의 팝아트 조각가 고근호(43·사진)씨는 28일 광주시 동구 나인 갤러리에 전시중인 로봇 ‘영웅’ 50여점의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늘 우스꽝스런 상상을 하려 한다. 만드는 내가 밝아져야 보는 분들도 더불어 꿈꿀 수 있다”고 했다.

꿈·웃음주는 영웅 재현한 팝아트 작품
홍콩 등서 인기…7월 7일 서울 전시도

전시장에는 머리칼이 안경 너머로 흘러내린 마이클 잭슨, 가슴을 봉긋하게 내민 마릴린 먼로, 시가(엽궐련)를 피우면서도 권총을 놓지 않는 체 게바라, 둥근 모자에 콧수염이 어울리는 찰리 채플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수두룩하다. 만화와 영화 속 주인공인 어린 왕자·배트맨·마징가제트·태권브이 등 깜찍하고 정의로운 영웅들도 나란히 서서 추억을 되살린다. 온 가족이 오토바이로 떠나는 ‘소풍’과 쓰러질 듯 기우뚱하게 선 ‘김과장’엔 주목받지 못한 영웅들을 바라보는 따뜻함이 녹아 있다.

그는 2000년부터 두께 3㎜짜리 강철과 알루미늄 면재를 잘라 절제된 색칠을 한 뒤 조립하는 방식의 팝아트 조각을 시도해 국내외 아트페어와 경매에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들어 홍콩 아시아옥션위크에선 ‘체 게바라’와 ‘어린 왕자’가 3400~4700달러에 출품됐고, 싱가포르 라라사티 경매에선 ‘배트맨’이 추정가 대비 최고값인 3790달러에 낙찰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엔 일본 도쿄 현대미술페어와 서울 코엑스 국제아트페어에서도 구매가 성사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외에 성가가 높아지면서 6월 초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전에 초대됐고, 7월 중순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과놀이전에 출품하는 등 일정이 빠듯해졌다. 인기 높은 ‘영웅’ 연작전은 부산 아트센터와 광주 나인갤러리를 거쳐 다음달 7~19일엔 서울 김재선갤러리 전시로 이어진다.